노화의 역설에 대한 최근의 연구는 면역계를 환히 비추고 있습니다. 건강수명과 수명 일반은 면역이 결정하게 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나이가 그렇게 많은데도 열정적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들은 그저 평균에서 크게 벗어난 예외적인 사람들인지, 아니면 누구나 건강한 상태로 노년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영원히 또는 되도록 오랜 세월 삶을 영위하려는 바람은 인간이 늘 추구해왔던 바입니다. 장수는 수명과 건강수명에 비례합니다. 수명은 정의하기가 쉽습니다. 수명은 그저 살아 있는 햇수라고 정의하면 되는 것입니다. 달력에 따라 살아온 생활연령을 따지면 되는 것입니다. 건강수명은 알 것 같지만 확실하게 파악하기가 좀 더 어렵습니다. 단순하게 이야기하기 위해 얼마나 건강하게 살았는지 가는 기준, 즉 생물학적 연령의 척도라고만 알아두면 될 것 같습니다. 생활연령은 측정하기 쉽고 정확성도 높은 반면 생물학적 연령은 용이성과 정확성이 떨어집니다. 수명인 긴데 건강수명이 짧거나, 수명이 짧은데 건강수명은 긴 것을 원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노화는 21세기 건강관리 시스템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난제일 것입니다. 그런데 노화는 그 자체로 질병일까요? 그리스의 의사이지 철학자였던 갈레노스는 노화에 대한 이해의 틀을 만든 인물입니다. 갈레노스는 질병을 비정상 기능으로 정의했습니다. 그의 추론에 따르면 노화는 보편적이므로 정상, 따라서 질병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의 주장에서 발전한 다양한 이론 또한 동일한 결론으로 이어졌습니다. 노화가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이라면, 그리고 질병이 노인의 일부에서만 발생한다면 질병과 노화는 동의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질병은 치료할 수 있지만 노화는 감내하거나 더 나아가 오히려 축하해야 하는 변화라는 뜻입니다.
지난 100년 동안 과학과 의학은 기대수명을 늘려놓았습니다. 현재의 70세는 과거의 60세나 다름없습니다. 중요한 사회적 변화입니다. 하지만 오래 살되 건강한 삶을 누릴 확률이 높아지고 있지는 않습니다.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변화입니다. 현대 생활의 특징을 생각해보겠습니다. 날로 가속화되는 생활리듬, 극심한 스트레스와 오염, 24시간 생체리듬의 붕괴, 열량만 많고 영양가 없는 식사의 과다 섭취로 인한 영양부족, 운동할 여유라고는 없이 노동으로 가득한 일상입니다. 운동을 집중적으로 몰아서 하고 미생물에 대한 노출을 최대한 줄여놓은 현대식 문명은 면역계를 혼돈에 빠뜨렸습니다.
노화는 건강수명에 제한을 가하는 대부분의 만성질환과 질병을 초래할 수 있는 주요 위험 요인입니다. 세계 보건기구가 2015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오늘날 노인들은 이들의 부모 세대가 동일한 나이일 때에 비해 건강상태가 더 나아진 듯 보이지만, 실상 증거는 없습니다. 과거 세대보다 수명이 더 길지만 더 건강하게 살고 있지는 못한 셈입니다. 19세기와 20세기의 공중보건은 위생시설을 세우고 감염질환의 원인을 파악하는 데 있어 혁혁한 성과를 거두었고, 이는 학자들이 역학적 변화라 부르는 현상을 초래했습니다. 생애 초기 급성 감염질환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은 급격히 감소했지만, 만성감염과 퇴행성 질환 환자가 많아진 것입니다. 만성감염과 퇴행성 질환이 늘어난 것은 많은 이의 수명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노화 관련 질환은 과거보다 더 이른 시기에 사람들을 덮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부 청년들은 옛날보다 세 배나 더 빨리 노화를 겪기도 합니다. 건강 악화와 독립성 상실로 인한 질 좋은 삶이 위태로워진다면 장수의 성공 신화는 무가치한 이미지에 불과합니다.
목표는 건강수명의 상승입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성공 신화의 끝자락에서 출발해 보겠습니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유전자를 지닌 100세 이상의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기대수명은 100세 미만이므로 100세까지 사는 사람들은 장수를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이들의 사망 원인 역시 장수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원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차이는 사망의 원인이 되는 질환의 발달 시기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것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