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트로피를 대략적으로 정의하면 수증기가 가득 찬 용기와 같은 하나의 계에서 나타나는 미시적인 무질서의 정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온도가 있는 물체에 열을 가하면 그 물체의 엔트로피는 열에 비례하여 증가합니다.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어렵게 느껴져서 좌절할 수도 있지만 사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입니다.
온도는 원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움직이는 가를 나타내는 단위입니다. 온도가 낮은 물체가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 물체에 열을 가하는 것은 도서관처럼 조용한 장소에서 재채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효과가가 아주 크게 나타나기 때문에 무질서도, 즉 엔트로피는 아주 많이 증가합니다. 온도가 높은 물체는 조금 다릅니다. 온도가 낮은 물체에 가한 것과 같은 양의 열을 가해도 쇼핑센터처럼 붐비는 곳에서 재채기하는 것과 같아서 효과가 크지 않습니다. 즉 무질서도인 엔트로피는 적게 증가합니다.
증기 기관에서 수증기는 처음에는 온도가 아주 높습니다. 수증기는 피스톤을 움직이는 일을 하면서 에너지가 감소하기 때문에 수증기의 엔트로피는 줄어듭니다. 그렇지만 붐비는 거리에서 재채기를 하는 것과 같아서 아주 조금만 감소하게 됩니다. 하지만 수증기의 에너지는 온도가 낮은 주변에 열을 공급합니다. 그 효과는 도서관에서 재채기를 하는 것과 같아서 주변 환경의 엔트로피는 크게 증가합니다. 결국 피스톤을 움직이는 일을 하면 수증기가 들어 있는 계와 그 주변 환경의 전체 엔트로피는 증가합니다.
상황은 항상 그런 식으로 돌아갑니다. 일을 하면 우주의 엔트로피는 언제나 증가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모든 물리학 법칙들 가운데 이 세상에 가장 지대한 영향을 끼친 법칙(열역학 제2법칙)의 명확한 정의입니다. 영국의 천체물리학자 아서 에딩턴은 “나는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한다는 법칙이 자연의 법칙 가운데 최상위를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혹시라도 누군가 열역학 제2법칙에 어긋나는 이론을 제시한다면 나는 조금도 희망적인 말을 해줄 수가 없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그저 엄청나게 굴욕을 느끼고 그 이론을 파기하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라고 했습니다.
지구는 태양이 보내온 절대 온도 5778도라는 특별한 온도의 열에너지를 흡수하고 절대 온도 300도 정도 되는 열 에너지를 우주로 방출합니다. 이 과정에서 전체 엔트로피는 엄청나게 증가합니다. 이것이 바로 지구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일이 진행되는 대신 우주가 치러야 하는 대가입니다. 흔히 믿는 것과 달리 지구에 에너지 위기는 없습니다. 본질적으로 지구는 태양이 보내는 순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가 겪고 있는 일은 사실 엔트로피 위기입니다. 열이 일을 하면 열의 온도는 낮아집니다. 이것은 곧 무질서도가 증가하고, 에너지의 질은 떨어져서 할 수 있는 일의 양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결국 증기 기관이 더 많은 일을 하려면 아주 낮은 온도로 내려가야 합니다. 하지만 주변 환경이 내려갈 수 있는 온도의 한계를 결정합니다. 증기 기관의 온도가 주변 환경의 온도와 같아지면 더는 낮은 온도로 내려갈 수 없기 때문에 결국 일도 더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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