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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

생명체가 엔트로피 증가에 맞서는 방법

by ()!~!# 2021. 11. 16.

엔트로피는 항상 증가하고 있는데 어째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토록 질서 정연해 보이는 것일까요? 더구나 일정한 구조가 있고 무질서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어 보이는 생명체는 어떤 방법으로 엔트로피 증가에 맞설까요? 열역학 제2법칙에서 증가한다고 명시한 것은 전체 엔트로피입니다. 이것이 바로 앞 질문의 답입니다. 세포가 탄생할 때는 세포막과 세포 소기관을 만드는 화학반응이 일어나고, 당연히 열이 발생합니다. 세포를 조립할 때 발생하는 열은 세포의 엔트로피는 낮추고 세포를 둘러싼 환경의 엔트로피를 높입니다. 생명은 자신의 무질서를 우주에 떠넘깁니다.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이 태양과 지구의 온도차 때문에 생기는 것처럼 우주에서 일어나는 모든 과정은 궁극적으로 뜨거운 항성과 차가운 우주 공간의 온도 차이 때문에 생깁니다. 화창한 밤에 야외에 나가 별을 볼 일이 생기면 이 사실을 반드시 기억해냅시다. 그런데 아직 생명체가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경향에 맞서는 방법은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일이 자발적으로 일어날 때는, 그러니까 지붕에서 슬레이트가 떨어져 땅에 부딪치고 열 에너지와 소리 에너지를 내는 것 같은 일이 일어날 때는 언제나 엔트로피가 증가합니다. 하지만 생명체는 영리합니다. 도르래에 커다란 추를 매단 뒤에 아주 높이 들어 올린다고 생각해봅시다.

 

추는 떨어지면서 일을 합니다. 할아버지 집에 있는 벽시계의 바늘을 움직이는 일 같은 것 말입니다. 그와 동시에 당연히 열이 발생합니다. 도르래의 줄이 마찰하거나 시계 내부 부품이 마찰하면 열이 발생할 테고, 그 결과 엔트로피는 증가합니다. 하지만 커다란 추가 낙하할 때 좀 더 작은 추를 위로 올라가게 장치하면 약간의 질서가 생겨 엔트로피를 조금 낮출 수 있습니다. 나중에 작은 추도 떨어지면서 일을 합니다. 하지만 그때 더 작은 추를 위로 올라가게 장치하면 아주 적은 양이라고는 해도 질서가 생기고 엔트로피를 조금 더 낮출 수 있습니다. 이것이 생명체가 열 에너지를 소비하는 방식입니다.

 

열 에너지의 질을 떨어뜨리면서 더 많은 질서를 만드는 것입니다. 물론 생명체는 도르래와 추가 아니라 전혀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만 원리는 같습니다. 예를 들어 식물은 태양 광선을 흡수하고 에너지가 풍부한 화학 물질을 만듭니다. 이것은 도르래에서 나중에 일을 하는 데 쓰일 작은 추를 들어 올리는 것과 맞먹는 과정입니다.

 

생명체는 엄청나게 많은 화학 과정을 거치면서 태양 에너지를 완전히 쥐어짜 쓸 만한 에너지를 모두 꺼냅니다. 마침내 우주의 잿더미가 될 질 낮은 열 에너지만 남으면 생명체는 그것을 버립니다. 생명체는 주변 환경에 더 많은 무질서를 전하는 대가로 질서를 유지합니다. 지구의 생물권은 혼돈의 우주 바다에 떠 있는 조직적인 섬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무자비하게 무질서한 상태로 가려는 우주를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19세기에 이 사실을 처음 깨달은 물리학자들은 크게 좌절했습니다. 엔트로피가 꾸준히 증가하는 쪽으로 흐른다면 결국 늦건 빠르건 간에 우주는 엔트로피가 최대인 상태에 도달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우주에 있는 모든 열은 아주 낮은 상태가 됩니다. 결국 활동하는 데 필요한 온도차가 생기지 않는 것입니다. 우주가 완전히 동일해진 상태, 우주의 모든 기계가 급격한 이상 변화를 일으켜 정지한 상태를 19세기에 독일의 물리학자 루돌프클라우지우스는 열적 죽음이라고 불렀습니다.

 

그때가 되면 시인 엘리엇의 시구처럼 우주는 폭발하지 않고 그저 잦아들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아는 대로라면 우주가 맞을 그런 끔직한 운명을 피할 길은 없습니다. 따라서 한 가지 흥미로운 의문이 생깁니다. 현재 우주는 열적 죽음에 어느 정도로 가까이 다가갔을까요? 정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가까이 갔다는 것입니다. 우주 전역에서 수많은 별들이 무작위로 별빛을 발산하며 우주에 무질서를 더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그저 환상일 뿐입니다. 사실 우주의 무질서는 대부분 빅뱅의 불덩어리가 남긴 잔광에 붙잡혀 있습니다.

 

놀랍게도 빅뱅 이후 138억 년이 지났지만 우주 배경 복사 는 지금도 우주의 모든 구멍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138억 년 동안 우주는 팽창하면서 아주 차가워졌기 때문에 우주 배경 복사는 이제 맨눈으로는 보지 못하는 원적외선이 되었다고 여겨집니다. 항성에서 나오는 빛의 광자의 양은 우주 전체 광자 양의 0.1퍼센트에 지나지 않습니다. 나머지 99.9퍼센트라는 엄청난 양은 우주 배경 복사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알아야 할 중요한 내용은 빅뱅 뒤 37만 9000년이 지났을 때 비로소 처음으로 빅뱅 불덩어리 복사선이 물질에서 벗어났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우주의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열적 죽음에 가까운 상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아직 우주에는 엔트로피가 증가할 지역이 많이 남아 있습니다. 항성이 모두 빛을 잃고 우주가 끝이 없는 밤에 잠길 때까지는 아직도 수십조 년 정도 여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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