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태양이 보낸 에너지를 얼마나 가둘까요? 정답은 전혀 가두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세요. 아주 더운 날 밖에 나가면 땀이 납니다. 땀이 나는 이유는 우리 몸이 흡수한 열을 가능한 한 빨리 밖으로 내보내기 위해서입니다. 받은 열을 내보내지 않으면 체온이 계속 올라가 결국 열사병으로 쓰러지고 맙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지구도 태양이 보낸 열기를 재빨리 우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그러지 않았다가는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져 암석도 꿀처럼 흘러내리고 말 겁니다. 하지만 지구가 태양에서 에너지를 전혀 얻지 않는다면, 도대체 지구는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는 것일까요? 어쨌거나 생명 활동을 비롯하여 지구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에는 에너지가 필요한데 말입니다.
지구가 태양에서 받는 에너지의 양이 아니라 에너지의 질을 살펴보아야 이 의문을 풀 수 있습니다. 지구가 우주로 방출하는 열은 지구가 태양에서 받는 것보다 질이 떨어집니다. 지구가 태양 에너지의 정수를 빨아들이는 게 분명합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답을 알려면 먼저 지구가 증기 기관과 같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영국의 화학자 피터 앳킨스가 말했듯이 우리는 모두 증기 기관입니다. 그렇다고 당황할 이유는 없습니다. 증기 기관은 본질적으로 아주 간단한 장치입니다. 기본적으로 증기 기관은 아주 뜨거운 수증기로 가득 찬 용기입니다.
뜨거운 수증기는 용기 바깥에 있는 대기압을 이기고 용기 안에 있는 움직이는 벽을 밀어냅니다. 그러고 나면 바깥공기의 낮은 온도 때문에 수증기는 액체인 물로 응축됩니다. 이것이 증기 기관의 원리입니다. 잠시 피스톤에 집중해봅시다. 한 물체가 힘을 이기고 움직이면 일을 했다고 합니다. 피스톤은 바깥의 대기압을 이기고 움직였으니 일을 한 것입니다. 일이란 지구에 있는 모든 것들이 매일 하는 행위입니다. 여러분의 근육은 매 순간 중력을 이기고 발을 들어 올리는 일을 합니다. 지금 여러분의 컴퓨터에 흐르는 전류는 자신들의 길을 막는 원자의 저항력을 이기고 움직이는 일을 합니다. 일이 없으면 활동도 없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움직이지 않고 활기를 잃은 채 영원히 같은 자리에 머물 것입니다. 증기 기관이 일을 하려면 열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열 에너지는 높은 온도에서 시작해 낮은 온도에서 끝납니다. 지구도 정확히 같은 원리를 따릅니다. 열 에너지가 일을 시작하는 온도는 아주 높습니다. 태양의 표면 온도인 섭씨 5500도로 시작해 지표면 평균 온도인 섭씨 20도의 낮은 온도로 끝납니다. 하지만 이 열 에너지는 피스톤을 움직이는 대신에 허리케인을 일으키는 일에서부터 물고기가 헤엄치고 사람의 체온을 섭씨 37도로 유지하는 생화학 반응까지 모든 일을 합니다. 따라서 지구가 방출하는 에너지와 지구가 받은 에너지가 질적으로 다른 이유는 온도 때문임이 분명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일이 온도 변화와 관계가 있을까요? 그 답을 알려면 먼저 열과 일이 무엇인지부터 알아야 합니다. 열은 무질서한 운동입니다.
수증기 분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난 벌 떼처럼 정신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뜨겁게 달군 강철 막대의 분자를 들여다보면 분자가 고정된 자리에서 무작 위로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그와 반대로 일은 질서가 있는 운동입니다. 피스톤이 움직이고, 팔 근육이 수축할 때는 수많은 원자가 일사불란하게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그럼 이제 용기 안에 들어 있는 수증기가 피스톤을 밀 때 벌어지는 일을 살펴봅시다. 수증기 분자들은 양철 지붕 위에 떨어지는 무수히 많은 빗방울처럼 피스톤을 강타합니다. 분자 한 개의 힘은 미약하지만 모든 분자의 힘을 합치면 묵직한 피스톤을 밀어내는 엄청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 온도를 원자처럼 물체를 구성하는 아주 작은 요소의 평균 속도를 나타내는 단위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온도가 높은 물체는 원자가 빨리 움직이고 온도가 낮은 물체는 원자가 느리게 움직입니다. 자신의 미약한 미는 힘을 피스톤에 나누어준 수증기 분자는 운동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조금 잃고 속도가 줄어듭니다. 피스톤에 일을 한 대가로 분자의 평균 속도가 떨어지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수증기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뭔가 미묘한 점이 있습니다. 수증기 분자의 운동은 지구와 태양의 관계를 떠오르게 합니다. 그리고 과학의 역사에서 분명 가장 심오한 통찰로 손꼽을 만한 한 가지 법칙 열역학 제2법칙을 떠오르게 합니다.
열은 어느 정도까지 피스톤을 움직이는 유용한 일로 전환될 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물리학의 기본 법칙 사실은 열역학 제1법칙입니다 에 따르면 에너지는 새로 생성되거나 사라지지 않고 그저 한 가지 형태에서 다른 형태로 바뀔 뿐입니다. 예를 들어 전기 에너지는 전구에서 빛 에너지와 열 에너지로 바뀌고, 체내에서 화학 에너지는 근육의 운동 에너지로 바뀝니다. 하지만 열역학 제1법칙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하지 실생활에서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수증기를 이용해 피스톤을 움직일 때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무질서한 극도로 작은 움직임으로 질서 있는 큰 움직임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피스톤이 움직이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수증기 분자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자도 많을 것이고 아예 피스톤의 운동 방향과 직각으로 움직여서 피스톤의 운동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분자도 있을 것입니다. 분명히 수증기 분자의 에너지가 전부 유용한 것은 아니며, 일부 에너지만이 피스톤의 운동 에너지로 전환됩니다. 따라서 증기 기관의 효율은 절대로 100퍼센트가 될 수 없습니다. 열은 100퍼센트의 효율로 일로 전환될 수 없다는 것은 사실은 19세기에 영국 물리학자 켈빈이 진술한 열역학 제2법칙의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정의하는 것은 열역학 제2법칙을 흥미롭거나 통찰력 있게 설명하는 방식은 아닙니다. 이런 정의는 만물을 지배하는 이 법칙의 힘, 생명과 우주를 비롯한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이 법칙이 암시하는 바를 제대로 알려주지 못합니다. 열역학 제2법칙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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