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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이야기

전류와 전자의 흐름

by ()!~!# 2022. 4. 6.

물은 수많은 물 분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물 분자가 워낙 작기 때문에 물 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보기는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물을 부피를 가진 하나의 유체로 생각하는 것이 물의 성질을 이해하는 데 편리합니다. 전하의 흐름인 전류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는 물 분자보다 훨씬 작으므로 전류의 경우 역시 전자 하나하나의 움직임을 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전하를 유체로 생각하는 것이 편리하며, 전류를 다룰 때는 특히 그렇습니다. 그렇게 본다면 예전의 물리학자들이 전하를 유체라고 생각했던 것이 아주 잘못된 것만은 아닌 것입니다. 물을 낭비하지 않으면서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려보내려면 물길을 잘 만들어 주어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 옛날 로마인들은 물을 도시로 끌어들이기 위해 수도교를 건설했습니다. 요즘에는 플라스틱 파이프나 호스를 이용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전류에서 파이프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금속 도선입니다. 전기가 잘 통하는 금속으로 만든 가는 도선을 따라 전하, 즉 전자들이 쉽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학교 실험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도선들은 거의 구리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구리로 도선을 만들어야만 전류가 흐리기 때문일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단지 전류가 좀 더 잘 흐를 뿐입니다. 플라스틱 파이프 대신 흙을 구워 만든 엉성한 파이프를 사용해도 물을 보낼 수 있지만 매끈한 플라스틱보다는 물이 잘 안 흐르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구리 도선을 사용하면 전류가 잘 흐르지만 니크롬선 등으로 된 도선을 쓰면 구리 도선을 쓸 때만큼 전류가 잘 흐르지 않습니다.

 

모터 등의 도움을 받지 않고 파이프를 통해 물을 흐르게 하려면 파이프가 기울어져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르게 됩니다. 이 것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중력, 즉 힘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물은 지구의 중력에 의해 가속되어서 위에서 아래로 흐르게 됩니다. 파이프의 경사가 작을수록 더 느린 속도로 흐르게 됩니다. 두 번째 방법은 중력에 의한 위치 에너지, 즉 에너지를 이용해 설명하는 것입니다. 자연은 위치 에너지가 낮을수록 안정합니다. 따라서 모든 물체는 위치 에너지가 큰 곳에 있을수록 불안해하며, 저절로 위치 에너지가 낮은 곳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도 높은 곳에 있으면 위치 에너지가 커서 낮은 곳으로 흐르려 합니다.

 

겉보기에는 두 설명 방법이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실은 동일한 것입니다. 아직은 힘을 사용한 설명법이 익숙하겠지만 더 멋지고 수준이 높은 방법은 위치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니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다시 전류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전류 역시 도선을 따라 흐르려면 중력을 이용하기 위해 파이프를 기울이는 것과 같은 조작을 해 주어야 합니다. 도선의 경우 전기력을 걸어주거나 도선 양 끝의 위치 에너지를 다르게 만들면 됩니다. 전기의 경우 전기력에 의해 위치 에너지가 결정되며 이런 위치 에너지를 전기적 위치 에너지라고 부릅니다. 도선을 따라 전기적 위치 에너지가 달라지면 전하는 전기적 위치 에너지가 큰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럼 도선을 따라 전기적 위치 에너지가 달라지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때 사용하는 것이 전지, 또는 전원입니다. 전지를 도선의 양 끝에 연결하면 도선 내의 위치 에너지가 달라지고, 전하는 위치 에너지가 낮은 곳을 찾아 이동하게 되어 있습니다.

 

달리 이야기하면 도선에 전지를 연결하면 도선을 따라 전기력이 발생해 전하에 힘을 가해 전하가 이동하게 되는 것입니다. 금속 도선에 전류가 흐른다고 가정해 봅시다. 도선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어떤 것을 보게 될까요? 우선 도선 내부의 수많은 금속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특유의 결정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작은 쇠구슬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각 구슬의 중앙에 원자핵이 있고 그 주위를 여러 개의 전자들이 구슬 안에서 궤도를 따라 돌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이제 도선에 전지를 연결하면 전자들이 전기력을 받아 이동하게 됩니다. 달리 말하자면 전자들이 전기적 위치 에너지가 큰 곳에서 작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이때 원자핵의 이동은 무시합니다. 왜 그럴까요? 원자핵이 전자보다 무겁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만 있어도 이해력이 뛰어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완벽한 답은 아닙니다. 이것보다는 원자핵이 결정 구조를 이루며 단단하게 고정되어 있다는 사실이 훨씬 중요한 이유이기 때문입니다. 금속 도선에서는 전자만이 전하 운반자 구실을 합니다. 특수한 경우로 용액 속에서 전자, 이온 모두 전하 운반자가 되어 전류에 기여를 합니다.

 

전지나 직류 전원에는 두 극, 즉 양극과 음극이 있습니다. 도선에 전류를 흘리기 위해 전지의 두 극을 도선 양 끝에 연결하면 음전하를 띤 전자가 어느 쪽으로 이동을 할까요? 실제로 전자는 전지의 음극에서 양극으로 이동합니다. 따라서 전하의 흐름을 전류라 하면, 전류의 방향은 음극에서 양극을 향하는 방향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전류의 방향은 전지의 양극에서 음극으로 항하는 방향으로 약속이 되어 있습니다. 즉 전류의 방향과 전자의 이동 방향이 반대입니다. 어쩌다가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었을까요?

 

발단은 1700년대 중반 프랭클린 때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프랭클린은 전기 현상에 대해 많은 실험을 하긴 했으나 전기에 대해 깊은 지식을 갖고 있지는 못하였습니다. 전자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던 그는 전하를 유체로 생각했으며, 이 유체가 많은 곳이 양전하를 띤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바탕으로 프랭클린은 전지를 도선에 연결하면 양극에 있는 넘치는 양전하가 전하가 부족한 음극으로 이동하게 되어 전류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흐른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전자와 전하에 대한 많은 사실들이 밝혀진 지금까지도 물리학자들이 프랭클린의 주장을 따르고 있는 것을 보면, 잘못된 전통조차도 지키고 있는 물리학자들의 고집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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