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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 이야기

전하의 이동

by ()!~!# 2022. 4. 5.

마찰 전기 또는 정전기 유도를 통해 양전하 또는 음전하로 대전된 물체로부터 중성인 물체로 전하를 옮길 수 있을까요? 정답은 가능하다입니다. 비유를 한 가지 들어보겠습니다. 물이 든 양동이에서 빈 양동이로 물을 옮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물이 채워진 호스를 두 양동이 사이에 꽂아 주면 됩니다. 두 양동이의 물의 높이가 같아질 때까지 물은 빈 양동이로 이동합니다.

 

전하의 경우도 비슷합니다. 다만 호스 대신 금속 도선을 사용합니다. 두 물체를 금속 도선에 접촉시키면 대전체에서 중성인 물체로 전하가 이동합니다. 얼마나 많은 전하가 빠져나가는지는 두 물체의 모양, 재질 등에 의해 결정이 됩니다. 금속 도선이 없을 때는 우리 몸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 몸은 좋은 도체는 아니지만 전하 이동이 가능합니다. 지면에 서서 대전체에 손가락을 댈 때 우리 몸을 통해 전하가 땅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을 접지라고 합니다. 물론 금속 도선을 지면에 연결하면 접지 성능이 좋아짐은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전하의 이동이나 접지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음전하인 전자는 가벼워 이동이 쉽지만 양전하인 원자핵이나 이온은 무겁고 강하게 구속되어 있기 때문에 이동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경우 전하의 이동은 주로 전자를 통해 일어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접지는 순간적으로 물체에 큰 전하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줍니다. 번개 피해로부터 건물을 보호하는 피뢰침은 뾰족한 막대를 접지시킨 것입니다. 벼락의 엄청난 전하를 빠르게 땅속으로 이동시켜 건물을 보호해 줍니다. 우리가 카펫 위를 걷다가 문의 손잡이를 만질 때 빠직하는 느낌을 갖는 것도 이렇게 전하가 옮아가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마찰 전기와 정전기 유도로 전하를 만드는 것은 21세기에 접어든 지금으로서는 매우 원시적인 행동입니다. 그럼 보다 쉽고 편리한 방법은 없을까요? 물론 있습니다. 전지와 두 장의 금속판을 준비하면 도비니다. 금속판 두 장을 서로 닿지 않도록 평행하게 놓고 전지의 양극과 음극을 각각 다른 금속판에 연결합니다. 그러면 쉽게 말해 전지의 양극에서는 양전하가, 음극에서는 음전하가 각 금속판으로 흘러나와 전하량의 크기는 같고 부호가 반대인 전하로 각각의 금속판을 대전시킬 것입니다. 이 방법은 매우 간단하고도 편리하기 때문에 꼭 기억해 두면 좋습니다. 전지의 원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전지는 양전하와 음전하를 공급하는 간단한 휴대용 전기 기구인 것입니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장의 금속판을 물리학에서는 축전기라고 부릅니다. 전하를 비축할 수 있는 장치라는 뜻으로 붙여진 이 이름은 그 의미를 아주 잘 전달해 줍니다. 전지를 사용해 축전기에 전하를 담는 것을 충전이라고 합니다.

 

초창기 전기 연구자들에게는 전하를 담아 두는 것이 전기 현상의 원인을 알아내는 것만큼이나 큰 과제였습니다. 열심히 노력해서 물체를 대전시켜 놓아도 공기 중의 수증기 때문에 중화가 일어나 얼마 지나지 않아 전하가 없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공기 등에 의해 전하가 사라지는 현상을 방전이라고 하며, 충전의 반대 현상입니다. 많은 물리학자들이 방전을 막아 전하를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필요할 때마다 전하를 쉽게 사용하기 위해 고민했는데, 이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1700년대 중반에 발명된 라이덴 병입니다.

 

라이덴 병은 유리병의 안쪽과 바깥쪽에 금속박을 붙이고 안쪽 금속박을 마찰전기로 대전시키는 간단한 축전기로, 이후 한 세기 동안 전기 연구에 필수적인 도구가 되었습니다. 두 금속박에 대전된 반대 부호의 전하가 서로 끌어당겨 전하가 방전되는 것을 막아 주는 것이 라이덴 병의 원리인데, 모든 축전기가 이 원리를 따르고 있습니다. 현재는 라이덴 병보다 더 작은 부피에 더 많은 전하를 담아 둘 수 있는 다양한 축전기들이 개발되어 전하 보과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대전된 물체가 가진 전하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측정 기술이 발전한 오늘날에도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러나 전하의 부호와 전하량이 큰지 작은 지는 검전기를 사용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놀랍게도 검전기는 1786년 발명되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습니다. 검전기는 양전하는 움직이지 못하지만 음전하는 금속을 따라 자유롭게 이동하는 성질을 이용하여 상대적인 전하량과 전하의 부호를 알아내는 장치고, 금속판과 가는 금속 막대, 얇은 금속박, 유리병, 절연 병마개만 있으면 누구든지 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검전기를 만든 후 금속 원판을 접지시켜 전하를 없애면 금속박이 벌어지지 않고 붙어 있게 됩니다. 이제 대전체를 금속 원판에 대면 대전체로부터 전하가 이동하여 금속박이 같은 전하로 대전됩니다. 따라서 금속박에는 같은 전하끼리 밀어내는 힘이 작용하며, 가벼운 금속박은 이 힘 때문에 서로 벌어지게 됩니다. 벌어지는 정도는 대전된 전하량에 비례하므로 벌어진 정도를 보면 전하량의 크기를 어림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전체를 뗀 후 멀리하면 금속박은 벌어진 채로 남아 있게 됩니다. 손이나 도선을 사용해 접지시키면 대전된 전하가 빠져나가 중성이 되므로 금속박이 다시 붙게 됩니다. 전하를 정밀하게 측정하려면 전위계를 사용해야 합니다. 대전체를 전위계에 연결하면 이 장치의 내부에 들어 있는 축전기가 충전되어 전압이 발생하는데, 이 전압을 정밀하게 측정하여 간접적으로 대전체의 전하량을 우리에게 알려 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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