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하, 즉 전자를 이동시키는 가장 오래되고 쉬운 방법은 두 물체를 마찰시키는 것, 다시 말해 서로 비벼대는 것입니다. 마찰로 인해 물체가 대전되는 것을 마찰 전기라고 부릅니다. 다른 물질로 이루어진 두 물체를 마찰시킬 때 전자를 잘 주는 물질로 구성된 물체는 양전하로, 전자를 잘 빼앗는 물질로 구성된 물체는 음전하로 대전됩니다. 유리보다는 명주가, 그리고 고무보다는 에보나이트가 더 오른쪽에 놓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질의 구성 원자마다 전자가 원자에 구속되어 있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구속된 정도가 약할수록 전자를 잘 잃게 되므로 양전하로 대전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대로 구속된 정도가 강하면 전자를 잃기보다 얻는 것이 쉬우므로 음전하로 대전되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마찰시키면 물체로부터 전자가 떨어져 나오는 것일까요? 전자는 원자핵에 구속되어 있어 저절로 떨어져 나올 수 없습니다. 따라서 원자에서 전자를 떼어내려면 전자에 에너지를 주어야 합니다. 물체를 마찰시킬 때 사람이 해 준 일은 전자를 떼어 내는 데 필요한 에너지로 바뀌고, 그 에너지에 의해 전자가 떨어져 나오니다. 그러나 물체를 마찰시킨다고 해서 물체 표면에 있는 모든 원자들이 전자를 잃는 것은 아닙니다. 수만 또는 수십만 개의 원자 가운데 하나 정도가 전자를 잃을 뿐입니다. 이처럼 실제로 떨어져 나오는 전자의 수는 매우 적습니다. 마찰에 의해 대전된 물체의 전하는 잘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전기라고 부릅니다. 마찰 전기는 전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할 무렵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습니다. 전기를 연구하는 초기부터 회전하는 구를 마찰시켜 큰 전하를 얻는 마찰 전기 발생기가 사용되었을 정도입니다.
공기 중의 미세 입자 또는 미세 먼지들은 공중에 떠 다니며 산소나 질소 등의 공기 분자들 또는 지상의 물체와 잦은 충돌을 합니다. 미세 입자의 충돌은 물체 사이의 마찰과 같은 효과를 내게 되어 미세 입자들이 쉽게 대전됩니다. 따라서 공기 중의 미세 입자나 먼지들은 거의 대부분 대전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전이 된 미세 입자들은 전기력에 의해 다른 물체 표면에 달라붙습니다. 먼지가 잘 달라붙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입니다. 지구 전체로 놓고 본다면 매초 100번 이상의 번개가 지상 어딘가에 떨어집니다. 번개가 치기 전에는 윗부분은 양전하로, 아랫부분은 음전하로 강하게 대전된 번개 구름이 나타납니다. 아직 번개 구름이 대전되는 이유가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구름 안에 들어 있는 수증기 입자나 얼음 입자들이 상승 기류를 타고 올라가면서 마찰을 일으켜 대전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마찰시키는 것만이 전하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물체들을 서로 접촉시키지 않고도 전하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이를 정전기 유도라고 부릅니다. 정전기 유도란 도체에 대전체를 가까이 했을 때 대전체와 가까운 쪽에는 대전체와 반대 종류의 전하가, 먼 쪽에는 대전체와 같은 종류의 전하가 유도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도체에는 많은 자유 전자가 있으며 이들은 주변에 대전체가 놓이게 되면 몰려가기도 하고 도망가기도 합니다. 도체 주변에 대전체가 놓이게 되면 대전체 가까이로 전자가 몰려서 대전체 가까이에는 정전기가 발생하고 먼 쪽에는 다른 정전기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를 이용해서 재미있는 실험을 해볼 수 있습니다. 스티로폼 공 두 개를 준비하고 이 공들을 알루미늄 호일로 한 겹 싸놓습니다. 이 두 공을 허공에 붙여서 매달고 대전체를 가까이한 후 두 공을 떼어 놓고 대전체를 치우면 어떻게 될까요? 대전체 가까이 있던 공은 전하를 띠고 다른 공은 다른 전하를 띠게 됩니다. 이런 공을 몇 개 만들어 실험하면 공들이 서로 밀쳐내기도 하고 끌어당기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정전기 유도는 금속과 같이 전기가 잘 통하는 물체뿐 아니라 플라스틱과 같이 전기가 잘 안 통하는 물체에서도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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