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물리 이야기

새로운 중력 이론의 등장

by ()!~!# 2021. 11. 17.

아인슈타인은 빛의 속도가 우주의 궁극적인 한계 속도라고 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에 따르면 태양이 갑자기 사라져도 지구는 그 사실을 바로 눈치채지 못할 것입니다. 중력이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가정했을 때 태양을 떠나 지구에 도달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태양이 사라진 뒤에도 지구는 조금 더 태양 중력의 영향을 받으며 공전할 것입니다. 약 8분 19초가 지난 뒤에야 지구는 태양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항성을 향해 날아갈 테지요. 이 같은 아인슈타인의 예측은 분명히 뉴턴의 중력 법칙에 위배됩니다.

 

본의 아니게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만들면서 물리학의 한 초석인 뉴턴의 중력 법칙을 박살내버린 것입니다. 분명히 아인슈타인은 재건할 방법이라곤 전혀 모르면서 아름다운 건물을 무너뜨려버린 공공 기물 파괴자가 된 느낌이었을 겁니다. 이제 상대성 이론에 맞는 새로운 중력 이론이 필요했습니다. 절망적으로 옳은 길을 찾으려고 노력하던 아인슈타인은 기발한 생각을 떠올렸습니다. 그 생각은 수세기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누구도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 간단한 관찰 내용과 관계가 있었습니다.

 

17세기에 이탈리아 과학자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피사의 사탑에 올라가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동시에 떨어뜨려서, 두 물체가 동시에 바닥에 닿는 모습을 관찰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물체 낙하 실험은 이후에도 여러 과학자들이 더 정밀한 조건을 만들어 실험했고, 1971년에는 실험에 복잡하게 영향을 주는 공기 저항을 최소로 줄이기 위해 달에서 실험이 진행되었습니다. 아폴로 15호의 선장인 데이브 스콧이 망치와 깃털을 동시에 떨어뜨리자 달의 흙먼지가 동시에 솟아올랐습니다. 두 물체가 동시에 바닥에 닿은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기이한 실험입니다. 왜 그런지 잠시 생각해봅시다. 만약 질량이 큰 물체와 작은 물체를 동시에 같은 힘으로 밀면, 당연히 질량이 작은 물체가 더 빠른 속도로 움직입니다. 무거운 냉장고보다 가벼운 의자를 더 쉽게 옮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상식입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아는 질량입니다.

 

그런데 중력이 끼어들면 어떻게 될까요? 냉장고와 의자를 같은 힘으로 밀 때 질량이 가벼운쪽이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냉장고와 의자를 건물 옥상에서 동시에 땅으로 떨어뜨렸을 때 가벼운 의자가 더 빨리 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공기 저항이 없고 힘이 같은 크기로 작용한다는 전제 아래 말입니다. 하지만 달에서 진행한 실험에서 보았듯이, 중력이 가벼운 물체와 무거운 물체를 땅으로 잡아당길 때 두 물체는 정확하게 같은 비율로 속도가 증가합니다. 질량에 상관없이 똑같은 가속도로 땅으로 떨어지는 것입니다. 물체에 힘을 가할 때 발생하는 가속도는 물체의 질량에 반비례하므로, 두 물체의 가속도가 같으려면 가벼운 물체보다 무거운 물체에 더 큰 힘이 가해져야 합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중력이 정확히 질량에 보조를 맞추어 증가했다는 뜻이 됩니다. 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요?

 

중력은 어떻게 작용하는 대상 물체의 질량에 맞춰 조정되는 걸까요?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아주 자연스럽게 그런 조정이 일어나는 환경을 생각해냈다는 데 있습니다. 어떠한 행성이나 위성의 중력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곳에 우주선 한 척이 있고, 그 안에 우주인이 타고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우주선은 1초 지날 때마다 속도가 초속 9.8미터씩 증가하고 있습니다. 가속도가 9.8m/s이라는 것은 지구를 향해 낙하하는 물체의 가속도와 같기 때문에 우주인의 발은 지구 표면을 걸을 때처럼 완벽하게 선실 바닥에 붙습니다.

 

이제 우주인이 페이퍼클립과 골프공을 같은 높이에서 동시에 떨어뜨립니다. 당연히 페이퍼 클립과 골프공은 지구에서처럼 동시에 바닥에 닿을 것입니다. 이제부터는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봅시다. X선 눈을 가진 당신은 지금 우주선 바깥에서 유영하면서 우주선 내부를 들여다봅니다. 전지전능한 당신의 시점으로 보면 무엇이 보일까요? 우주인이 페이퍼 클립과 골프공을 손에서 놓았는데도 두 물체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는 모습이 보일 겁니다. 어째서 두 물체는 움직이지 않는 걸까요?

 

그 이유는 우주선이 어떤 행성의 중력도 미치지 않는 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보는 것은 두 물체는 가만히 떠서 움직이지 않는데, 우주선의 바닥이 가속도를 내면서 위로 올라와 두 물체에 부딪치는 모습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지구 이야기에서는 중력이 자신의 힘을 조절해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를 똑같은 비율로 끌어당기는 마술을 부리는 이유를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이 우주선 이야기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우주선 바닥이 움직이지 않는 페이퍼 클립과 골프공을 향해 가속도를 내며 올라왔으니, 두 물체가 동시에 바닥과 만나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런데 우주선 이야기는 중력이 가속도와 같을 때에만 중력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은 중력과 가속도가 전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생각해냈다는 데 있습니다. 우주선의 창문이 껌껌해지고 우주선의 진동을 감지할 수 없는 상태라면, 우주인은 지구의 껌껌한 방에 있을 때와 정확히 같은 일을 경험 할 것입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이 바로 가속도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이하게도 우리는 가속하고 있지만 그 사실을 눈치채지 못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한 가지 힘을 만들어냈습니다. 바로 중력입니다. 우주선 이야기에서처럼 중력이 곧 가속도임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관점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댓글